여생의 여정에서

[사는 이야기] 함양에 첫 눈 내리는 날 쓰는 잡생각

죽풍 2026. 1. 16. 00:00

[사는 이야기] 함양에 첫 눈 내리는 날 쓰는 잡생각

 

지난 11일 밤과 다음 날 새벽, 함양에 많은 눈이 내렸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세상은 하얗게 변했다.

눈 내리는 날엔 강아지는 설날이다.

눈이 좋아 이리저리 뛸까, 발이 시려 뜀박질로 추위를 벗어나려 할까.

알 수는 없지만 뛰노는 그 모습이 좋을 뿐이다.

 

눈사람을 만들어 볼까도 했다.

그런데 늙은이가 혼자서 무슨 재미로, 눈, 코 그리고 입까지 만들어야 하는 일을 하겠나 싶다.

마음으로 눈사람을 만들었다.

 

집 앞 도로에 이웃 주민이 트랙터로 쌓인 눈을 치우고 있다.

무보수 봉사정신으로 이웃을 위해 신경 써 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손을 흔들어 고맙다는 신호를 보내니 똑 같은 신호가 돌아왔다.

괜히 기분 좋은 아침이다.

 

쌓인 눈을 걸으며 발자취를 남겼다.

검은색 아스팔트를 하얗게 덮은 도로에 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언제까지 저 발자국이 녹지 않고 발자취를 남길까 싶다.

눈사람을 만드는 대신, 집 뒤 언덕길에 두 발로 하트모양을 만들었다.

사랑이 듬뿍 담긴 모양이다.

 

이름 모를 새도 발자취를 남겼다.

선명하게 찍힌 새 발자국이다.

눈 쌓인 도로엔 먹이도 없는데 날아가다가 왜 앉아서 종종 걸음이었을까.

강아지처럼 뛰어놀고 싶었던 걸까.

 

뽀드득 뽀드득, 쌓인 눈을 걷는 발자국 소리가 경쾌하다.

아침 찬바람을 맞으며 눈 내린 시골의 풍경을 즐겼다.

살다가 이런 날이면 기분도 좋아지고, 시골의 정취를 만끽할 수가 있어 좋다.

거제도에 살 때, 이런 눈 쌓인 풍경을 보기가 그리 쉽지마는 않았다.

그래도 함양에서는 매년 서너 번은 눈 내린 풍경을 보고 사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2026년 첫 눈이 내린 날.

눈 맞이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이리저리 마음대로 쓰는 글이 마냥 좋다.

글 쓰는데 무슨 형식이 필요할까.

그냥 무작정 발길 옮기는 것처럼, 생각나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면 되는 일이다.

글쓰기가 재미있는 이유다.

 

[사는 이야기] 함양에 첫 눈 내리는 날 쓰는 잡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