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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찾기프로젝트

[행복찾기] 함양 안의면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사라져 가는 우리의 것들/선술집 유리문에 새겨진 술안주 메뉴 글씨체가 예술입니다/요즘은 먹기 힘든 술안주 메뉴, 개구리튀김

 

함양 안의면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있는 옛 막걸리 집.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물질만능 주의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편하고 빠른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고요.

오죽하면 슬로푸드, 슬로시티, 슬로우라이프라는 말들이 생겨났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추억을 더듬으며 옛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어릴 적 천진만난 했던 모습, 청년 시절의 반항적인 기억들을 떠올리며 회상에 젖어 들기도 하죠.

학창 시절, 호기심에 몰래 피우던 담배, 어떤 맛일지 궁금해 한 두잔 먹었던 술.

학생으로서는 자제해야할 일임에도, 쏟아져 버린 물처럼 저지르고 말았던 일들입니다.

 

나 역시 고 3때 처음으로 술을 마신 경험이 있었고, 졸업소풍 때는 만취되어 이성을 잃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의 잘잘못을 떠나, 그 시절의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있을 뿐입니다.

학생이 술 담배를 했다고 실패한 인생도 아니고, 안했다고 성공한 인생도 아니니까요.

 

함양 안의면 시외버스터미널에 있는 작은 가게 한 채가 있습니다.

양철 지붕에 페인트칠이 벗겨진 건물 벽과 스테인레스 출입문을 단 허름한 집 앞에 놓인 연탄 한 장.

손님을 맞이하러 음식요리에 뜨거움을 달궜던, 색이 변해버린 연탄은 버림을 받은 것처럼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출입문 유리에는 각종 술안주들이 적혀있고, ‘안의 막걸리’라는 별도의 상호를 달아 놓은 것을 보니 선술집인 것 같습니다.

고 3때 술을 몰래 처음으로 마셔보았던, 그때의 술집을 닮았습니다.

 

안주 메뉴엔, 요즘은 먹기 힘든 ‘개구리튀김’이 눈길을 끕니다.

유리문에 쓰인 글씨체도 예술의 경지를 넘었습니다.

특히, 매운탕의 ‘탕’자와 칼국수의 ‘칼’자는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할 정도로 예술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아래한글’에서 글씨체를 하나 더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선술집체’로 말입니다.

 

옛 막걸리집 유리문에 적어 놓은 술 안주 메뉴. 지금은 먹을 수 없는 개구리튀김도 있으며, 글씨체가 예술입니다.

그래도 이 집을 지었을 그 당시에는 최고급 집이 아니었을까요.

사람이 늙어가듯, 이 집도 늙어 허름하게 변해버린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세상만사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듯, 이 집도 언젠가 흔적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힘든 삶을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은 저 술집 안에서 얼마나 많은 작은 역사들을 만들어 냈을까 궁금합니다.

저 술집에서 옛 역사를 만들었던 그 누군가가 이 글을 보면, 작은 역사를 더듬어 보는 것도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라져 가는 우리의 옛 것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드는 작은 역사입니다.

 

[행복찾기] 함양 안의면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사라져 가는 우리의 것들

/선술집 유리문에 새겨진 술안주 메뉴 글씨체가 예술입니다

/요즘은 먹기 힘든 술안주 메뉴, 개구리튀김